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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놓은 대구 역사'...항일은 뒷전, 친일은 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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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박철희
PCH@tbc.co.kr
2022년 02월 28일

[앵커DLP]
도깨비 얼굴을 한 귀면 기와,
대형건물 용마루에 올리던 치미,
화려한 무늬의 수막새까지...

모두 대구 중동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출토된 유물들인데, 놀랍게도 경주의 왕경유적, 월지의 것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습니다.

경주와 경주의 외항인 울산 말고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통일신라 최고급 기와들이
어떻게 대구서 발견됐나...

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왕이 달구벌로 도읍을 옮기려 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신라 천년을 통틀어
단 한 번 뿐이었던 천도 계획의 중심지,
수창군 관아터가 바로 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확인된 겁니다.

하지만 대구의 뿌리인 이 역사의 현장은
정식 발굴조사 한번 없이
무참히 파괴되고 말았는데요.

다른 대도시와 달리
시립박물관과 시사편찬위원회가 없는 대구시,
그래서, 지역사 정리에 손을 놓은 대구시,

안이하고 그릇된 역사 인식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사에서도 그대로 드러 납니다.

항일은 외면하고 친일엔 너그러운
부끄러운 교육의 현장을
박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cg) 1934년 서대문형무소 재소자 카드에 나온
이육사의 주소, 대구 남산동 662번집니다.

16살에 대구로 와 시를 쓰고 항일투쟁을 시작한 선생은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으로 투옥된 대구형무소의 수형번호 264를
평생의 필명으로 삼았습니다.

대구 근대사 한가운데 선생이 있지만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근대역사관에서
그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CG)근대문학 안내문에 ‘그 외의 시인’으로
이름을 올린 게 전붑니다. 그것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규정한 장덕조와 함?니다.

(CG)장덕조는 1940년대 일제 침략전쟁에
조선 민중이 동참할 것을 문학을 통해 선동했던
전형적인 친일 문인입니다.

근대음악 전시장엔 대표적인 친일 음악가
현제명이 자리합니다.

사진과 악보에다 과거 독창회 광경까지
그야말로 대구 근대음악의 영웅입니다.

경남 의령 출신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구미 출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구사범학교를 나와 대구에서 결혼했다고
별도로 소개합니다.

헬렌 켈러와 마릴린 먼로 같은 이방인까지 등장하지만 유독 육사에겐 그의 시 ‘절정'의 표현처럼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습니다.

대학교수가 집 팔고 빚내서 어렵사리 문을 연
북성로의 264 작은 문학관은
대구시의 외면 속에 휴관을 반복하고 있고,

육사와 그의 가족이 17년 간 주소지로 삼아 기거했던 남산동의 이른바 생거지는
재개발에 밀려 이젠 흔적조차 없습니다.

<조영화/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2019년 생거지 철거 직전>
"(육사 생거지에 대해) 일찍 파악을 해서 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모든 조사와 대처 방법을 마련했어야 되는데..."

박상진 광복회 총사령도 대구가 잊은 이름입니다.

약전골목에 곡물상 '상덕태상회'를 만들어 독립운동 거점으로 삼았고 1915년 달성공원에서 당시 최대 규모 항일조직 광복회를 결성한 건
한국 독립운동사의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친일부호를 처단하고 일제의 세금 수송마차를 탈취해 훗날 의열투쟁의 씨를 뿌렸지만
결국 일제에 체포돼 대구형무소에서
사형 순국했습니다.

하지만 대구 어디에도 관련 팻말 하나 없고 항일의병을 잠재우려는 이토 히로부미에 떠밀려 대구를 찾았던 순종의 동상만이
달성공원을 막아섰습니다.

박상진 의사가 4살 때까지 살았던 울산시는
생가를 복원하고, 동해선 철도역을
박상진 생가역으로 부르고,
박상진 공원까지 만들었습니다.

대구에서 대의를 펼쳤고 대구에서 생을 마감한 박상진은 이제 울산 사람입니다.

<송철호 / 울산시장(지난해 8월)>
“8월 9일부터 15일까지를 (박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주간으로 선포해 그를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합니다.”

<클로징> 수많은 항일운동의 본산이었지만
국채보상운동 말고는 별다른 항일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 대구,
역사에 손 놓은 도시의 서글픈 현주솝니다.

TBC 박철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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