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날씨
골칫거리 전락 '백로떼' 공생방안 마련 필요
공유하기
영상취재팀

2022년 08월 09일

[앵커]
한때 길조로 여겨졌던 여름 철새 '백로'가
최근 골칫거리로 전락했습니다.

대구와 구미, 포항 도심에 집단 서식하는
백로 떼가 소음과 악취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도시 팽창으로 서식지와 가까워져 생긴 문제인데, 공생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도윤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구미시 지산동 한 동네 야산입니다.

울창한 숲 사이로 흰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곳곳에 하얀 물체가 눈에 띕니다.

여름 철새인 백로입니다.

수년 전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는데
해마다 개체 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주민]
"엄청 많아요. 4~5백 마리 안되겠나.
말이 그렇지 마리 수가 엄청 많지 안 그렇겠어요?
처음에는 저렇게 안 많았는데."

지금도 소음과 악취 피해 민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까지 조성중이어서
앞으로 민원 발생 우려가 더 큽니다.

전문가들은 털과 배설물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
기관지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박희천 / 경북대 명예교수(생물학)]
"(배설물이) 나뭇가지나 줄기 또는 땅에 붙어있다가 바람이 불거나 하면 배설물이 말랐다가 가루가 돼서 이게 아파트 쪽으로 가면
아이들한테는 안 좋거든요."

도심 속에 백로 떼가 자리잡은 건
이곳만이 아닙니다.

대구 범어동과 포항 효자동 등에서도 수백 마리의 백로가 무리를 이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로가 머물렀던 나무는 강한 산성의 배설물 때문에 고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는 아예 텃새가 돼 머무르며
인근 주민들에게 계속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문경아 / 포항시 효자동]
"비 오는 날은 문을 못 열어놓고 살 정도로,
여름인데도 환기도 아예 시키지도 못하고
계속 문 닫아놓고 살아야 되니까
그게 많이 불편하죠."

대부분 지역이 수십 년 전부터 백로 쉼터였는데, 도시 개발에 따른 도심 팽창으로 주거 공간과 백로의 서식지가 가까워지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은 백로가 유해 조수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A지자체 관계자]
"백로류가 유해야생종이면 사람이 인위적으로 나서면 되는데 그런 종이 아니다 보니까
인위적으로 손대기는..."

나무를 베어내 쫓아내는 게 가장 쉬운 방법으로 생각되지만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충북 청주에서는 백로들이 자리 잡았던
한 중학교 인근 야산 나무를 베어내 쫓아냈지만,
인근에 다른 장소로 이동해 또 다른 민원을 일으키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관련 갈등이 계속되자 청주시는 지난 6월
공생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습니다.

[염창동 / 청주시 환경정책과장]
"간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백로와 사람이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 끝에
용역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한때 길조에서 도심의 골칫거리가 된 백로.
지역에서도 공존 방안을 찾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TBC 김도윤입니다. (영상취재 김도윤, 신경동)

■ 제보하기
▷ 전화 : 053-760-2000 / 010-9700-5656
▷ 이메일 : tbcjebo@tbc.co.kr
▷ 뉴스홈페이지 : www.tbc.co.kr

주요 뉴스

최신 뉴스

많이 본 뉴스